[취재수첩] IT기업이 된 스타벅스
2017년 2월 2일 (목)
ⓒ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jyp@ddaily.co.kr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항상 거론되는 업체들이 있다. 주로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다. 이들은 차량이나 호텔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채 IT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성공한 업체들이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혁신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다.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식사 이후 커피 한잔을 위해 들르는 스타벅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잘 실현된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스타벅스가 적용하는 IT기술만 보면 ‘카페’라기보다는 ‘IT기업’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
실제 스타벅스는 최근 몇 년 간 IT기업 인재들을 영입하며 혁신적인 기술 구현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15년엔 네트워크업체인 주니퍼네트웍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빈 존스를, 같은해 11월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솔루션으로 유명한 어도비시스템즈의 제리 마틴-플릭잉거 최고기술책임자(CIO)를 영입했다.
특히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존스는 오는 4월 하워드 슐츠의 뒤를 이어 CEO를 맡을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커피에 실리콘밸리의 DNA를 이식할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CEO를 이사회 이사로 선임하면서 디지털 기술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에서 커피를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를 비롯해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사이렌오더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이용해 방문하려는 매장 반경 500미터 내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모든 과정은 팝업 메시지를 통해 고객 스마트폰으로 전송받는다. 2014년 5월 선보인 사이렌오더는 독특하게도 한국 스타벅스에서 가장 먼저 실시됐다. 한국에서 시작된 사이렌 오더는 지난해 본토인 미국으로 역수출됐다. 앞서 2010년에는 KT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매장 내 무료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이파이)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신기술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의 음성인식비서인 ‘알렉사’를 활용해 음성이나 채팅을 통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 서비스의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 에코와 같은 알렉사 기반 스피커에서 과거 주문했던 커피 등을 음성명령으로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밖에도 스타벅스는 2012년 모바일 결제 업체인 스퀘어와 제휴를 통해 미국 내 매장에 스퀘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14년부터는 애플의 블루투스 위치 기반 서비스 아이비콘을 통해 각종 정보를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도 손잡아 음악 문화를 선도한다. 고객은 스타벅스 앱을 통해 선곡 리스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노래 신청도 할 수 있다. 2015년에 차량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와 제휴를 맺었다. 배달 전문 스타트업 포스트메이트와도 협력하는 등 온라인투오프라인(O2O)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적용돼 있는 ‘드라이브 쓰루(drive-through)’ 매장도 IT 기술 접목의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벅스가 자체적인 IT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탁월한 경험을 선사하고, 결국 매출 증진이라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스타벅스는 이를 두고 ‘디지털 플라이휠’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플라이휠’은 기계나 엔진의 회전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쓰이는 바퀴를 뜻한다. 즉, 디지털 플라이휠이란 판매량 증가를 위해 알고리즘과 자동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보상과 개인화된 서비스, 간편 결제, 효율적인 주문을 가능하게 하는 컨셉트이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컨셉트와 다양한 실험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단순히 커피 맛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디지털 기술 기업’으로 변모하는 스타벅스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국내 커피 체인점의 모습이 교차되는 것이 단순한 노파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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