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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사가 오픈소스 CMS 만든 사연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7-24 17:25:52

2014년 07월 22일 (화)

ⓒ 블로터닷넷, 이성규 기자 dangun76@bloter.net



언론사가 콘텐츠관리도구(CMS)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대다수 언론사들은 “미친 소리”라며 경악할지도 모른다. CMS의 일부를 오픈소스화한 사례는 있어도 소프트웨어 전체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워드프레스가 아닌 다음에야.


미국의 지역 독립 라디오 방송국이 자사 CMS를 오픈소스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무려 15년에 걸쳐 한땀 한땀 공들여 개발한 결과물을 무료로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란다. 심지어 업데이트까지 도맡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WFMU-FM 91.1 Jersey City, NJ; 90.1 Hudson Valley, NY


이야기의 주인공은 뉴저지주의 독립 라디오 방송사인 WFMU다. 국내에선 이름조차 생소하다. 하지만 역사는 오래됐다. 1958년 개국했으니 올해로 만 56년이 넘었다. 1961년에 첫 전파를 쏜 MBC보다도 선배다.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영 라디오 방송임엔 틀림없다.


오픈소스 플랫폼을 고민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WFMU의 다소 특별한 운영 구조와 수익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WFMU는 자유로운 방송 포맷으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네스북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장시간 방송 기록(73시간34분)도 보유하고 있다.


이 방송사는 청취자의 후원금과 기부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CMS는 청취자가 방송을 듣고 쉽게 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잘 구조화돼있다. 광고시장의 침체에도 버틸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이라 할 만하다. WFMU가 자사 CMS의 오픈소스화를 고민한 건 바로 이런 환경에서 비롯됐다. 공공 라디오로서 기풍을 지켜가기 위한 결단인 셈이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내부 개발자가 반발했다. 자신이 손수 작성한 코드를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WFMU의 CMS는 특허등록까지 돼 있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그 자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추가하고 변경하는 작업이 더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오픈소스로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연히 기존 CMS를 참고 모델로 삼았다.


WFMU는 이 플랫폼에 ‘오디언스 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바스크립트와 XML 피드가 흐르는 모듈 API(Modular API)로 구축했다. 이후엔 드루팔로 통합되는 모듈로 변경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소규모 언론사들이 드루팔로 웹사이트를 개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CMS가 구축되면 각 언론사는 자신들의 여건에 맞게 쉽게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공공적 기풍 유지 위해 오픈소스로 공개


AudienceEngineHomepage
▲오픈소스 CMS ‘오디언스 엔진’으로 제작된 WFMU 사이트 프로토타입.(출처 : 니먼저널리즘랩)


켄 프리드먼 본부장은 니먼저널리즘랩과의 인터뷰에서 모듈 API로 개발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디언스 엔진 플랫폼을 최신 API를 내재화한 슈퍼 모듈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는 단위별로 쉽게 다양한 플랫폼과 디자인에 삽입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를 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WFMU는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지원금을 곳곳에 요청했다. 때마침 제랄딘다지재단 등이 선뜻 40만달러(약 4억원)를 보조해줬다. 이 자금으로 WFMU는 개발자를 신규로 채용했다. 개발이 완료되는대로 WFMU에 적용하고, 이후 2곳의 뉴저지주 내 라디오 방송사에도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엔 기능을 추가하고 적용한 언론사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작업을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말 많은 언론사들이 정확히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디오가 아닌 다른 미디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이 방송 현업인으로서 동일한 이슈에 직면해 있는지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오디언스 엔진에는 CMS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기능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후원금 모금 기능과 이용자 참여를 촉진하는 기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WFMU의 기존 CMS가 핵심 기술로 자랑하던 요소들이다.


WFMU는 댓글 시스템의 매력도 강조했다. 특히 주석달기 도구가 장점이라고 했다. 오디언스 엔진이 지원하는 주석달기 도구는 댓글 시스템과 연동돼 있다. 이를테면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댓글을 기사의 주석으로 처리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좋은 댓글을 찾기 위해 화면 저 아래로 마우스로 스크롤할 필요가 없다.


오픈소스 CMS와 언론사 비즈니스 모델


Why choose WordPress.com VIP  – WordPress.com VIP
▲ 워드프레스 VIP 서비스


WFMU는 오디언스 엔진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려는 구상도 있다. 아니 그것이 최종 목표다. 영리 자회사를 설립해 오디언스 엔진으로 웹사이트를 제작한 언론사를 유료로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개별 언론사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 직원들을 교육하는 사업으로 부가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워드프레스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오토매틱의 비즈니스 모델과 닮았다. 오토매틱은 워드프레스 오픈소스를 통해 플랫폼 대중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워드프레스 VIP’라는 별도의 프리미엄 상품으로 수익을 올린다. 워드프레스 VIP는 고객의 필요에 맞춰 A부터 Z까지 맞춤화된 방식으로 제작된다.


WFMU의 CMS 오픈소스화 전략은 디지털 광고와 콘텐츠 유료화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외 언론사들에 유익한 참조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WFMU가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다. 소프트웨어 개발, 그것도 오픈소스 전략으로 디지털 수익을 마련할 수 있다면, 마다할 언론사는 없을 것이다.


조건은 남아 있다. CMS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노하우와 그것을 내부에서 개발해왔던 기술 역량, 이 2가지가 필수적으로 갖춰질 때 WFMU식의 수익 모델이 작동할 수 있다. 그런 노하우를 지닌 국내 언론사가 있다면 과감하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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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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