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앞으론 클라우드로만 SW 제공”…SW시장에 던져진 충격
2013년 05월 06일 (월)
ⓒ 디지털데일리,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이번 주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리고 있는 어도비시스템즈의 연례 컨퍼런스인 ‘어도비 맥스’행사에서는 흥미로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사 첫날인 6일(현지시각) 어도비는 “더 이상의 크리에이브 스위트(CS)는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CS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프리미어 등 어도비의 핵심 제품들을 포함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군입니다.
이날 어도비는 앞으로 CS7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CS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이하 CC)만 제공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CC는 앞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패키지가 아닌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도비 제품을 이용하려면 CD나 DVD를 사서 PC에 설치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상에 접속해 로그인 하고 이용하게 됩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인 CS는 현재 6버전으로 ‘끝’인 것입니다.
어도비 제품들이 클라우드로 제공됨에 따라 과금 체계도 변경됐습니다. 기존에는 제품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용자는 제품을 사면 한 번을 쓰든 100번을 쓰든, 하루를 쓰든 1년을 쓰든상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액 요금제로 바뀝니다.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듯 매월 이용요금이 청구되는 것입니다. 개인이 CC 전 제품을 이용하는 요금은 월49.99달러(5만4000원)이며, 포토샵만 이용하려면 한 달에 19.99(약2만2000원)을 내면 됩니다.
어도비의 정책 변화에 주목되는 것은 이런 전략 변화가 단순히 어도비라는 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델이 성공할 경우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어도비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시대 끝나나
그 동안 어도비는 불법 소프트웨어와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어도비는 불법복제의 피해를 입는 업체 목록에서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회사입니다. 한국저작권협회(SPC)가 지난 해 온라인 불법복제 피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도비 포토샵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불법으로 복제됐습니다.
그러나 어도비의 제품이 모두 클라우드로 이동됨에 따라 불법 소프트웨어 문제가 상당부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계정으로 로그인 한 이용자들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있습니다.
물론 CS6 이전의 제품들은 여전히 불법복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CC부터는 불법복제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이는 게임산업에서 효과를 본 전략입니다. 과거 PC 패키지 게임산업은 불법복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으로 산업이 전환된 이후 게임산업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온라인에 로그인해야 게임을 할 수 있어서 불법복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골치아픈 구버전 사용자 없어
또 하나 장점은 구 버전 사용자들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항상 구 버전 사용자들이 골치거리였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최대 경쟁자는 구 버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발전해 필요한 기능과 성능을 다 갖추게 되면, 이용자들이 더 이상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습니다. 현재 버전에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신규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또 구 버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쏟아야할 자원를 낭비하는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윈도XP를 최신 버전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10년도 전에 출시된 제품이 아직도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약60%가 아직도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신규 윈도 매출이 늘지 않는 것은 물론, 10년 전 제품에 대해 보안 패치도 해야 하고, 사용자 응대도 해야 합니다. 결국 MS는 내년 4월 윈도XP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도비도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CS5.5 이하 버전의 이용자들은 CS6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다는 정책을 발표해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고, 구 버전 제품에 대해 보안패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에서만 SW를 제공하면, 구 버전 이용자들은 사라집니다. 온라인을 통해 CC에 로그인하면 항상 어도비가 최신 버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어도비는 구 버전에 신경쓰지 않고 최신 버전 개발에만 신경 쓰면 됩니다.
어도비는 “고객들이 항상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며 자랑하지만, 사실 자신들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정책입니다.
◆ 지속적인 매출 증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유익한 것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제품 라이선스 판매 사업은 새로운 회계년도가 되면 매출이 0부터 시작합니다. 지난 해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난 해 확보한 고객보다 더 많은 신규 고객 및 업그레이드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월정액 과금 방식은 기존 고객이 떠나지 않는 이상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새로운 회계년도가 되면 기존 고객이 내는 요금은 기본 매출이 됩니다. 신규 고객이 내는 요금은 성장분이 됩니다
매년 0부터 새로운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손쉬운 비즈니스 모델인 것입니다. 이처럼 어도비가 새롭게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은 소프트웨어 업체에 큰 장점을 제공합니다.
다만 이런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아야 하며, 제품의 사용자 경험이 기존 패키지소프트웨어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어도비 CS 고객들은 CC로 이동하지 않고 CS6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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