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기업/비트나인] [인터뷰]"오픈소스로 글로벌DB 기업 꿈꿔요"
강철순 비트나인 대표 인터뷰
아이뉴스24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국내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기업은 드물다. 오픈소스 개발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오픈소스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여전해서다. 오픈소스 기업이 거액에 인수되고 잇따라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하는 해외와는 대비된다.
그런데 최근 국내 데이터베이스(DB) 회사 비트나인이 오픈소스 기업으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애써 개발한 그래프DB의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강철순 비트나인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오픈소스 상용화에 성공해 국내에서 오픈소스에 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3년 설립한 비트나인은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프DB, 오픈소스 전환…'아파치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비트나인은 그래프DB 솔루션 '아젠스그래프'를 개발한 회사다. 그래프DB는 DB 분야 중에서도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기존 관계형 DB가 테이블(표) 형식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파악한다면, 그래프DB는 데이터 자체를 점과 선의 그래프 형태로 저장하며 특정 패턴과 이상 현상을 추적해 보여준다. 교원그룹은 비트나인의 그래프DB로 수학교육의 단계를 분석해 AI 기반의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구현했다.
강 대표는 "그래프DB는 데이터 간 상관관계, 중요도, 패턴 등을 분석해 좀더 정교한 결론을 도출하는 솔루션"이라며 “데이터 분석을 훨씬 더 용이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거래, 부정행위 등 패턴을 탐지할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보험사기, 신용카드 사기, 대포통장 적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이 같은 그래프DB 개발의 무게 중심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옮겼다.
지난 1월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ASF)에 그래프DB 'AGE'의 소스코드를 기부하며 '오픈소스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심사를 신청했고, 석 달이 지나 인큐베이션 프로젝트로 선정된 것. 이는 '톱 레벨 프로젝트(TLP)'가 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재단 멤버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성장하는 단계다.
AGE는 기존 제품인 아젠스그래프의 커뮤니티에서 있어온 오픈소스 DB '포스트그레SQL'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선정 자체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선정 이후에는 오픈소스와 커뮤니티 운영 등에 관해 멘토들에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큐베이션 프로젝트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챔피언' 1명과 '멘토' 4명으로 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비트나인의 경우 짐 자기엘스키(Jim Jagielski) 아파치 재단 공동 설립자가 챔피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전에 한국에서 진행했던 몇몇 프로젝트들은 챔피언과 멘토를 한국인으로 구성했지만, 우리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미국인 개발자로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영향력이 막강한 멘토 또한 모두 미국인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오픈소스가 제품 개발에 유리
강 대표는 그래프DB를 오픈소스로 전환한 이유로 '개발 생산성'을 꼽았다.
그는 "오픈소스의 특성상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특정 코드에 다양한 개발자가 달라붙어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제품 개발과 고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또 상용 서비스 전에 오픈소스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버그를 미리 발견하고 솔루션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IT업계 종사자들에게 비트나인의 기술력을 알리는 마케팅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IT산업과 사회에 기여하는 데도 의의를 뒀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이후 '톱 레벨 프로젝트 선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연말까지 AGE 베타 버전을 내놓은 뒤 내년쯤 정식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큐베이팅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톱 레벨 프로젝트가 되면 '후광 효과'가 생긴다"며 "무엇보다 커뮤니티의 건강성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것으로 글로벌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라고 했다.
비트나인은 흔히 오픈소스의 수익 모델로 꼽히는 기술 지원 외에도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다양한 방법으로 오픈소스 기반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순히 라이선스 구독이나 기술 지원만이 아닌 그래프 컨설팅, 분석 및 최적화 기술 제공 등도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글로벌 DB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는 "한국의 DB 기업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있는 오픈소스는 명확한 기술적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사용성이 우수하며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인지도가 높은 다른 솔루션들과 신속하게 통합되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도 인큐베이션 단계에서 전 세계의 뛰어난 개발자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Open UP과 아이뉴스24가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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