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금융기업에서 오픈소스 DBMS 사용현황
금융기업에서 오픈소스 DBMS 사용현황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금융은 전통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에 친화적인 산업이 아니었다. 변화가 어렵고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업계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다소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계도 오픈소스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DBMS 측면에서 보자면 금융 기업은 오랫동안 오라클 기술을 선호했지만 최근 국내외 가리지 않고 MySQL, PostgreSQL 같은 오픈소스 DBMS를 도입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금융 기업이 기술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는 점과 그만큼 오픈소스 DBMS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출처 Jonathan Cooper /Unsplash https://unsplash.com/@theshuttervision
금융 기업에게 안정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자산과 관련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오류가 나서 서비스가 일시 정지된다면 단순히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이상으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계는 DB와 관련해서 오라클 기술을 고집해왔다. 흔히 말하는 ‘미션 크리티컬’한 요소에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해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던 것 이다. 이런 문화를 깬 곳이 바로 인터넷 은행들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는 현재 MySQL 같은 오픈소스 DBMS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런 기업은 DBMS뿐만 아니라 인프라 상당수에 오픈소스 기술을 적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중 카카오뱅크는 MySQL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인터뷰와 컨퍼런스 등으로 적극 공유해왔다. 성동찬 카카오뱅크 DBA는 데이터산업진흥원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처럼 몇십조 원 단위의 거대 조직이 아니었으므로 카카오뱅크만의 방식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이미 카카오에서 오픈소스 DBMS로 카카오페이나 결제 시스템 등을 구현해 잘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DBMS를 포함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상용에 비해 덜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픈소스로 할 수 있는데 굳이 상용 DBMS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MySQL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공식 출시 한 이후 특별한 장애 없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며,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나리오에 맞춰 시스템 자원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한다.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외부 컨설팅 기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성동찬 DBA는 인터뷰에서 비용 절감을 생각해서 오픈소스 DBMS를 도입을 적극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최근에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MySQL을 도입하면서 기존 오라클 대비 60% 수준의 비용으로 인프라를 운영했다. 여기에 운영체제도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를 도입해 기존 시스템 구축 대비 비용을 33%밖에 쓰지 않았고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흑자 전환한 것도 기술 인프라 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쟁 기업 케이뱅크도 MySQL 도입으로 총소유비용(TCO)이 80%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공개한바 있다. 물론 이런 기업들은 하나의 DBMS만을 쓰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DBMS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는 보다 다양한 곳에서 오픈소스 DBMS를 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싱가포르의 DBS 은행은 마리아DB를 도입했다. 마리아DB는 MySQL 출신 개발진이 만든 오픈소스 DBMS이다. DBS 은행은 초기에 한 개의 애플리케이션에 테스트로 마리아DB를 도입했고, 이후 2년에 걸쳐 30여개 애플리케이션에 마리아DB를 도입했다고 한다. DBS는 이 과정에서 비용을 30~70%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좀 더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기술 구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DBS 은행은 기술적 변화를 넘어 ‘문화적 변화’를 위해 오픈소스 DBMS를 도입했다. DBS 은행 기술 블로그에 따르면 “오픈소스 DBMS를 이용해 프로세스를 간소화 및 자동화하고 기술의 투명성과 개발의 편리함 만들어냈다”라며 “10명으로 구성된 DBA 인력이 지루한 작업에 투입되기보다 1만 개가 넘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병목현상을 해결하는데 보다 집중하는 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DBS 은행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 지역 지사도 있다. 해외에서 매일 15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모두 오픈소스 DBMS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은행인 커런트(Current)는 기술 혁신을 위해 오픈소스 DBMS인 몽고DB를 도입했다.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계좌 중심으로 데이터 구조를 구성하는데, 커런트는 여기서 계좌가 아니라 사용자 중심으로 데이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계좌 중심인 구조는 같은 사용자가 계좌를 만들 때마다 동일한 가입 절차를 똑같이 진행해야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계좌 관리팀과 카드관리팀 등이 같은 고객을 두고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궁극적으로 관리 과정에서 복잡성이 커지는 것이다. 커런트는 이런 불편한 정책이 내부 인프라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자체적인 ‘커런트 코어’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오픈소스 DBMS를 사용했다. 오픈소스 DBMS는 기술의 유연성이 높아서 빠르게 원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수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구글 클라우드 기술과 연계해 기술의 확장성도 높였다. 커렌트는 오픈소스DBMS를 통해 훌륭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TCO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오픈소스 DBMS를 선택한 사례도 있다. 인도의 인터넷 은행 파이(Fi)가 그렇다. 파이는 2019년 구글과 넷플릭스 출신들이 모여 설립된 신생 인터넷 은행이며 1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파이는 갑자기 늘어나는 사용자를 대응할 수 있으면서 기술 구조를 빠르게 변경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오픈소소 DBMS인 코크로치DB(CockroachDB)를 활용했다. 파이는 코크로치DB는 파이 내 원장 기술 핵심에 적용했으며, 초당 3200 쿼리 및 초당 400 트랙젝션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 핵심 데이터는 AWS를 활용해 PostgreSQL를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핀테크 중심으로 오픈소스 DBMS가 확산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통적인 금융 기업들도 친 오픈소스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가령 KB국민은행은 MySQL, PostgreSQL, 마리아DB, 몽고DB 등을 사용하고 이미 있으며, 지난 8월 오픈소스 DBMS 통합 모니터링 솔루션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JP모건, 골드만삭스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업 차원에서 직접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DBMS까지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상당수가 데이터 관련 기술인 경우가 많다. 기업용 오픈소스의 DBMS 서비스나 관련 컨설팅 기업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금융계를 위한 오픈소스 도입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1)IT 인력 존중문화가 카카오뱅크의 MySQL 도입 성공을 이끌었다 - 성동찬 한국카카오은행 인프라파트 DBA, 2017년 12월20일, https://dataonair.or.kr/db-tech-reference/d-story/data-interview/?mod=document&uid=63292
2)카카오뱅크, 은행 IT에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2017년8월8월, https://byline.network/2017/08/8-2/
3)'기술회사' 카카오뱅크는 IT에 얼마나 썼나?,2022년 2월10일, https://www.ddaily.co.kr/news/article/?no=230987
4)https://www.mysql.com/it/why-mysql/case-studies/kbank-database-tco-mysql.html 5)SINGAPORE’S LARGEST BANK MOVES TO OPEN SOURCE WITH MARIADB, https://mariadb.com/wp-content/uploads/2019/11/dbs-mariadb_customer-story_1047.pdf
6)Faster, Better and Cheaper with Open Source Database, 2021년 7월19일, https://medium.com/dbs-tech-blog/faster-better-and-cheaper-with-open-source-database-d60f58771aae
7)Next Generation Mobile Bank Current is Using MongoDB Atlas on Google Cloud to Make Financial Services Accessible and Affordable for All, 2020년 12월31일, https://www.mongodb.com/blog/post/next-generation-mobile-bank-current-using-mongodb-atlas-google-cloud-make-financial-services-accessible-affordable-all
8)Building a scalable neobank platform from scratch on CockroachDB, https://www.cockroachlabs.com/customers/building-a-scalable-neobank-platform-from-scratch-on-cockroachdb/
9)오픈소스DBMS에 진심인 KB국민은행, 통합 모니터링 구축 나서, 2022년 8월4월, https://www.ddaily.co.kr/news/article/?no=24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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