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부의 오른팔이 되어주는 오픈소스
농부의 오른팔이 되어주는 오픈소스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농업은 예로부터 인간의 노동력을 가장 잘 상징하는 분야였다. 풍작을 이루려면 농부는 근면 성실하게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밭을 가꾸고 일해야 했다. 이런 농업 현장의 모습이 이제 점점 바뀌고 있다. 각종 첨단 기술과 장비가 농업 현장에서 투입되고 데이터를 분석해 풍작을 직접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아예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일하기도 한다. 이렇게 농업 환경과 기술이 결합된 시장 전체를 ‘스마트 농업’이라고 부른다.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다
스마트 농업(Smart Agriculture)은 농장이 똑똑하게 운영되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기술을 총칭한다. ‘스마트팜(SmartFarm)이나 ‘어그테크’(Agtech-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용어든 이 시장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2가지다. 농업 생산량을 높이거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
스마트 농업을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농장 관리 및 분석 소프트웨어 기술이 존재한다. 이런 기술은 사물인터넷 데이터, 종자 정보, 수확량, 비료, 농기계 사용 기록 등 농사와 관련된 정보를 다양하게 입력하고 통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렇게 모인 데이터로 생산량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다. 만약 데이터가 인공지능 및 예측 기술과 결합 될 경우,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거나 친환경 비료 및 살균제를 만들 때도 쓰일 수 있다. 농장주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가령 인디고 어그리컬쳐1) 라는 기업은 수천 개의 식물 유전자를 분석해 품질이 높은 씨앗이나 친환경 비료를 만들고 있다. 또 센서, 날씨, 농작물 사진을 분석해 농장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드론이나 로봇도 스마트 농업 시장에서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해외에는 특히 축구장 수십 개에서 수백 개 크기의 대규모 농장이 많다. 이렇게 대형 농장을 인간이 직접 관리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로봇이나 기기를 투입하면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나이오2) 가 만든 로봇은 GPS 및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알아서 밭을 갈고 빠르게 씨앗을 뿌려준다. 나이오는 이런 기술로 ‘정밀 농업’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 하동군에선 드론을 이용해 딸기 인공수정을 유도한 사례가 있다. 자연환경에선 원래 벌이 수정을 해주는데 겨울철처럼 벌의 활동이 적은 시기에 드론을 투입해 딸기 수확량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3) 농촌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로봇이나 드론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4)
한국 스마트 농업 업계에선 특히 수경재배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높은 투자금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만나CEA, 엔씽, 그린랩스 같은 기업들이다. 이런 수경재배 기술은 실내 환경에서도 식물이 잘 잘할 수 있는 최적의 분석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한다. 농사를 짓기엔 자연환경이 안 좋거나 토지가 척박한 중동, 이스라엘 같은 곳에서 이런 수경재배 및 실내 농장이 관심을 받고 있으며 덕분에 한국 기업들도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스마트 농업과 오픈소스
그렇다면 스마트 농업 시장 내 오픈소스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 농업 시장에선 농장 데이터 관리 분야에서 특히 오픈소스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기술에 ‘팜OS(farmOS)’가 있다.
마이클 스텐타(Michael Stenta)라는 개인 개발자가 시작한 팜OS 프로젝트는 드루팔 기반으로 만들어진 웹 서비스다. 주로 농업 생산량을 기록하고 추적할 때 사용된다. 이용자는 농지 위치나 크기에 따른 수확량이나 축산물 종류와 개수, 농기계 사용 기록, 사용한 씨앗, 퇴비 정보 등을 직접 혹은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고 분석할 수 있다. 주로 북미, 유럽 지역에 있는 농장에서 팜OS를 활용하고 있으며5) 미국의 농무부나 미국천연자원보호를 비롯한 관련 당국이 직접 팜OS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1] 팜OS 서비스 예시. 출처: 공식 홈페이지
대학 연구기관이나 비영리단체도 팜OS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영리단체 울프스넥센터는 팜OS를 활용해 오픈팀(OpenTEAM, Open Technology Ecosystem for Agricultural Management)6)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스마트 농업 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호환성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팜OS의 핵심 개발자 마이클 스텐타는 팜OS에서 얻은 데이터를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파미어 클라우드(Farmier Cloud)라는 출시해서 팜OS 생태계를 더 넓히고 있다.7)
타니아(Tania)8) 는 팜OS와 비슷한 서비스이긴 하나 이용하기 더 쉬운 것이 특징이다. 농업 종사자 상당수가 중년층이자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이른바 농부를 위한 다이어리다. 타니아 이용자는 웹 페이지에 접속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바로 농작물 정보, 날씨, 할 일 같은 내용을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이나 시골 같이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장소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오프라인 환경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하드웨어 관련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팜봇(FarmBot)9) 은 오픈소스 형태의 자동 식물 재배기다. 하드웨어, 설계도, 소프트웨어, 가이드라인까지 모두 오픈소스 형태로 개방돼있으며, 팜봇은 별도의 키트를 따로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 키트를 설치하면 특정 장비가 네모난 화단을 돌아다니며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식물을 키워낸다. 한 개발자가 취미로 만든 이 기술은 소셜 창업가를 지원하는 재단에서 후원금을 받고 성장해 현재 전 세계 65개 나라에 교육, 연구, 취미용으로 팔리고 있다. 2021년 팜봇의 하드웨어 키트 및 부품 판매 등으로 얻은 매출을 145만달러(약 18억원)일 정도로 꽤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2] 팜봇 하드웨어 설치 예시와 제어 소프트웨어. 출처:팜봇 유튜브 및 공식 홈페이지
한국에서도 스마트 농업 시장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먼저 농촌진흥청은 이지팜이라는 기업과 함께 온실환경관리 플랫폼 'C플로러10)'를 오픈소스로 개발한 바 있다. 이지팜은 이외에도 MIT에서 만든 오픈소스 스마트팜 로봇 시스템인 ‘PFC(Personal Food Computer)’ 를 활용해서 소형 식물공장 고도화 및 교육사업 진행하고 있다.12)
'C플로러'는 2017년 이후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없는 상태지만 국내의 또 다른 스마트팜 스타트업 지농이 C플로러를 복사(fork)해 스마트팜 제어기 ‘파모스V213)’ 를 개발했다. 지농은 기존 스마트팜 장비들이 호환성이 낮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모스VS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지농은 파모스V2를 이용해 보급형 식물재배 플랫폼을 '푸드주크박스14) '를 오픈소스로 만들고 교육, 연구,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 현재 지농은 국내 대학이나 농업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농업은 단순히 개인의 영역을 넘어 식량 위기나 식량 안보와도 관련된 산업이다. 그런 배경 탓에 정부 당국이 직접 스마트팜 시장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 전자부품연구원은 오픈소스 IoT 플랫폼 ‘모비우스’라는 기술을 만들었으며 부여군의 ‘스마트팜’ 사업에서 이 기술을 도입했다.15) 제주도는 과수원 시설 관리 시스템을 오픈소스 기술로 만들고 있다. 기존 스마트팜 제어 시스템은 초기 설치비용이 비싸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원활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도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농업기술원와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개발되는 기술은 오픈소스이면서도 고가의 정밀제어 시스템이 아닌 저렴하고 사용하기 간편한 시스템 형태라고 한다.16) 충남도립대학교와 충남농업기술원도 차세대 지능형 스마트팜 기술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겠다고 올해 초 밝혔다.17)
스마트 농업 생태계를 오픈소스로 연결하다
스마트 농업 시장이 점점 커지자 생태계 종사자들을 이어주는 프로젝트들도 늘고 있다. 리눅스 재단도 여기에 합류했다. 리눅스 재단은 2021년 어그스택 재단(AgStack Foundation)18) 을 출범시키고 스마트 농업 시장에 필요한 인프라 기술을 지원하는 중이다. 기존 스마트 농업 생태계에선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재사용할 만한 기술이나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리눅스 재단은 직접 나서 이를 해결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초기에는 어그스택 재단 주도로 농업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픈 데이터셋을 만들거나 데이터 표준을 구현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또 데이터와 연관된 오픈소스 기반 분석 모델, 블록체인, 컨네이너 기술 등과 시너지가 생길 수 있게 기반을 만들고 있다.
미국 퍼듀대학교는 오픈 어그 데이터 얼라이언스(Open Ag Data Alliance)19) 를 여러 기업과 함께 운영하며 스마트 농업 시장에서 필요한 AP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오픈 어그 데이터 얼라이언스 기술은 비영리 형태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이고 농장주 중심의 데이터 기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농업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끔 호환성을 높이는 인프라를 만들면서도 더불어 농장주가 만든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기업이 아닌 이용자에게 넘겨주고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퍼듀대학교는 이외에도 농업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나 엣지 컴퓨팅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20)
마지막으로 팜핵(FarmHack)21) 이라는 농부들이 모여 만든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있다. 여기서는 기존에 스마트 농업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유용한 오픈소스 기술이나 개발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기업이 만든 기술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해커톤이나 밋업을 통해 농부와 외부 개발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을 만들고 있으며, 농업 시장에서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참고문헌
1) https://www.indigoag.com/
2) https://www.naio-technologies.com/en/home/
3) '벌'이 된 드론…딸기 수정까지, 2019년1월, https://imnews.imbc.com/replay/2019/nwtoday/article/5095421_28983.html
4) 스마트농업,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1년, https://www.kistep.re.kr/flexer/view.jsp?FileDir=/board/0031&SystemFileName=1617003388738.pdf&ftype=pdf&FileName=1617003388738.pdf
5) Farms using farmOS, https://v1.farmos.org/community/farms/
6) https://openteam.community/how-we-work/
7) http://farmier.com/
8) https://usetania.org/
9) https://farm.bot/pages/open-source
10) https://github.com/ezfarm-farmcloud/cflora
11) https://www.media.mit.edu/projects/personal-food-computer/overview/
12) http://211.237.5.140/file/GukMunKr.pdf
13) https://gitlab.com/JoonYong/farmosV2
14) https://gitlab.com/farmos_public/foodjukebox
15) KETI의 세계 첫 오픈소스 IoT 플랫폼 `모비우스` 확산…IoT 상용화 중추 기대, https://m.etnews.com/20160901000343
16) 오픈소스 기반 제주형 저비용 시설과수 스마트팜 모델 개발, 2020년5월, http://www.baday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72
17) 충남도, 충남도립대, 스마트농업 수준 한 단계 끌어 올린다, 2022년3월, https://smartcity.go.kr/2022/03/30/%EC%B6%A9%EB%82%A8%EB%8F%84%EB%A6%BD%EB%8C%80-%EC%8A%A4%EB%A7%88%ED%8A%B8%EB%86%8D%EC%97%85-%EC%88%98%EC%A4%80-%ED%95%9C-%EB%8B%A8%EA%B3%84-%EB%81%8C%EC%96%B4-%EC%98%AC%EB%A6%B0%EB%8B%A4/
18) 리눅스 재단에서 출범시킨 어그스택(AgStack) 재단은 농업 생태계를 위한 오픈소스 디지털 인프라 프로젝트로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무료 재사용 가능 개방형 전문 디지털 인프라의 생성, 유지관리, 개선을 통해 글로벌 농업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https://agstack.org/
19) https://openag.io/
20) https://oatscenter.org/
21) https://farmhack.org/t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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