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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물류 로봇 시장 속 오픈소스

support 게시글 작성 시각 2023-09-24 22:54:54

물류 로봇 시장 속 오픈소스

 

- 이지현 IT 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최근 로봇 산업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에는 ‘물류 로봇’ 시장이 있다. 국내외 대기업 및 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로봇 제조업체는 물류 업계 고객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실제로 물류 기업에서도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 및 안정성을 높이는 추세다.

 

물류 센터, 로봇 도입을 위한 최적의 공간

물류 로봇은 특정 물건을 운반, 포장, 분류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물류 공장에서 우선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많은 물품을 대규모로 자주 옮겨야 하는 제조 공장, 병원 같은 곳에도 물류 로봇이 확산 중이다. 물류센터는 보통 평지의 대규모 부지를 기반으로 구역화된 공간이 많고 사람의 이동 제한도 쉽기에 로봇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도 하다. 그래서 물류 관련 기업에서 디지털 전략을 구축할 때 로봇을 우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물류 로봇은 크게 2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AMR(Autonomous Mobile Robots)이다. 무인 운반차라고 번역되는 AGV는 자재 운송을 위해 고정된 경로 또는 트랙을 따라 이동하는 로봇이다. 이때 이동을 위해 경로를 안내하는 자기 테이프나 와이어가 바닥에 있다. 자율 이동 로봇이라고 불리는 AMR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고정된 경로나 트랙 없이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쓰인다. 컴퓨터, 센서, 지도 기술 등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제조사에 따라 각 로봇의 특징이 다르긴 하지만 AGV는 무거운 물체를 운반하는 단순 작업 환경에서 도입되고, AMR은 스스로 물건을 찾고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 복잡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 비용이나 기술의 복잡도는 AMR이 높은 편이다.

 

AGV와 AMR 차이
[사진1] AGV와 AMR 차이 (출처:하나증권)1))

 

 

물류 로봇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곳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이다. 먼저 아마존은 2012년 로봇 제조 기업인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해 물류 로봇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키바 시스템즈 인수가는 7억 7,500만 달러(약 1조 원)로 당시 아마존이 진행한 입수 합병 건 중 2번째로 큰 규모였다. 2) 키바 시스템즈는 현재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아마존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 지은 아마존의 물류센터에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로3) 아마존은 물류 환경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구체적으로 아마존 물류 창고에는 약 10년의 역사를 가진 ‘헤라클레스(Hercules)’라는 로봇이 있다. 중앙에서 작업 지시를 받은 헤라클레스는 특정 목적지 및 직원에게 물건을 전달해 준다. 전 세계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약 75만 대의 헤라클레스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4) 헤라클레스는 최대 100만 제곱미터 규모의 센터를 움직이며 최대 560kg 규모의 물품을 들고 운반하고 있다. 헤라클레스 전방에는 3D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으며, 이 카메라는 사람, 로봇, 기타 방해물을 식별하는 데 쓰인다. 또한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안전하고 빠른 경로를 알아서 탐색한다. 와아파이를 통해 다른 로봇과 소통하기도 하고, 전기가 끊어져도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따로 매뉴얼도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쿠팡은 2023년부터 대구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축구장 46개 규모의 쿠팡 대구 물류센터는 무인 운반 로봇(AGV), 소팅 봇(sorting bot), 무인 지게차(driverless forklift)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약 3,2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쿠팡 창고에서 작동되는 AGV 로봇 1천여 대는 물건 운반, 진열, 집품 작업에 쓰이고 있다. 과거 직원이 일일이 수많은 상품이 담긴 선반 사이를 오가며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찾아다니는 PTG(Person to Goods) 방식을 로봇으로 대체한 셈이다. 쿠팡에 따르면, AGV는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이고, 평균 2분 안에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마존 헤라클라스 로봇과 쿠팡 소팅봇
[사진2] 아마존 헤라클라스 로봇(출처:아마존블로그 5))과 쿠팡 소팅봇(출처:쿠팡6))

 

물류 로봇 시장 속 오픈소스 성과

물류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오픈소스 개발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하드웨어보다는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엔비디아는 자율 로봇을 제작하기 위한 하드웨어 가속, 고성능, 저지연 ROS 2 패키지 모음인 ‘아이작(Isaac) RO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2022년부터 자율 모바일 로봇(AMR) 차량을 위한 클라우드 및 엣지 투 로봇 작업 관리 및 모니터링 소프트웨어와 ROS 2 관련 기능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7) 개발자는 아이작 ROS를 통해 차량 관리 시스템에서 로봇으로 작업을 할당하고 모니터링하는 오픈소스 CPU 패키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차량 관리 시스템과 ROS 2 로봇 간에 작업을 할당하고 추적할 수 있는 표준 기술도 이용할 수 있다.

 

독일의 비영리 연구조직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자재 흐름 및 물류 연구소(IML)에서는 오픈TCS(The open transportation control system)8)이라는 오픈소스 기반 운송 제어 시스템을 만들었다. 무인 운반차 시스템(AGV) 및 전기 모노레일 컨베이어, 모바일 조립 플랫폼과 같은 기타 비연속 컨베이어용 시스템을 제어할 때 오픈TCS를 활용할 수 있다.

 

오픈TCS 개발진은 특정 공급 업체나 부품에 특화된 기술이 아니라 범용적인 기술을 추구하면서, 이용자 입장에서 여러 유형의 AGV를 동시에 쓸 수 있게 오픈TCS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픈TCS를 통해 다양한 AGV 공급업체의 기술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오픈TCS 구조
[사진3] 오픈TCS 구조 (출처:공식홈페이지9))

 

국내 기업인 CJ대한통운의 경우 2023년 자체 개발 물류 설비 통신 프로토콜을 오픈소스화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10) 물류 설비 통신 표준 프로토콜(Logistics Equipment Standard Protocol, LESP)이라는 이 프로토콜은 CJ대한통운이 개발해 2019년 특허 등록을 완료한 기술로, 서로 다른 물류 설비와 시스템 사이의 통신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표준 가이드다.

 

CJ대한통운은 LESP 같은 프로토콜로 물류센터 내 시스템의 호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가령 물류센터 안에는 여러 시스템과 로봇, 자동 분류 장비 등 각종 설비가 활용되므로 효율적인 통신 구조가 필요하다. 각기 다른 제조사의 설비가 설치된 경우 서로 다른 통신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각 통신 방식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수정하거나 추가 개발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LESP를 적용하면 기존 설비는 물론 신규 설비 도입 시에도 별도 시스템 변동 필요 없이 호환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LESP는 2022년 12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내 물류자료실에 접속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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