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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자립 전략과 오픈소스 생태계가 만나다

2025.08.26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자립 전략과 오픈소스 생태계가 만나다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한국 AI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정예팀이 8월 4일 공개되면서, 국내 민간 기업과 연구진이 힘을 모아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출발선에 선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개방형 생태계 조성과 공공-민간 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형 AI 전략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AI

사진 출처 : Unsplash 1)

 

늘어나는 국가 차원의 AI 투자

각국의 인공지능(AI) 지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여러 나라가 디지털 주권 확보와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직접 움직이고 있다.

국가마다 개입 방식과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국 언어에 최적화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마련하고 이를 연구와 산업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형 모델과 연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서 말하는 공개형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픈웨이트 LLM은 학습된 가중치만 공유하고 데이터·코드·학습 과정은 비공개하는 방식이고, 오픈소스 LLM은 소스 코드, 구조, 학습 방법, 데이터까지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형태다.

예컨대 중동에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기술혁신연구소(TII)는 팔콘(Falcon)2)이라는 모델을 내놓아 스마트시티, 행정, 산업용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국영 AI 기업 G42 인셉션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학(MBZUAI)과 손잡고 생태계 조성에 나섰으며, 2023년에는 아랍어·영어 기반 모델 제이스(Jais)3)를 발표했다. 카타르 역시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 산하 연구소가 정부 부처 및 기관과 힘을 합쳐 파나르(Fanar)4)를 선보였다.

일본은 학계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도쿄공업대, 도호쿠대, 후지쯔, 이화학연구소(RIKEN), 나고야대, 사이버에이전트, 고토바 테크놀로지스 등이 협력해 일본어 존댓말 체계를 반영한 후가쿠-LLM을 개발 중이다. 5) 라쿠텐 그룹은 경제산업성과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가 추진하는 ‘생성형 AI 가속화 챌린지(GENIAC)’ 3단계 기업으로 선정돼 2025년 8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장문 맥락을 처리할 수 있도록 메모리 확장을 강화한 일본어 모델 공개를 예고했다. 6)

유럽은 초국가적 협력 프로젝트가 특징적이다. 2025년 2월 출범한 오픈유로LLM(OpenEuroLLM)7)에는 11개 대학, 5개 민간기업, 4개 슈퍼컴퓨팅 센터 등 20개 기관이 참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선구적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3,740만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8)

중국도 국가 주도의 AI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곳이다. 미국 안보 기술 전문 매체 로우페어미디어의 연구에 따르면9) 중국은행은 「AI 산업 발전 행동계획」을 내놓으며, 향후 5년간 1조 위안을 투입해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1조 위안 규모의 AI 경제를 조성하고, AI를 산업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공공 투자 확대, 지방정부 간 인재·기업 유치 경쟁, 민간 개발을 정부 계약과 협력 방식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지원 때문일까? 알리바바,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주요 IT 기업들은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각각 큐웬(Qwen), 어니(Ernie), 시드(Seed)라는 이름의 개방형 LLM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공개 모델로 꼽히는 것은 딥시크다. 한때 미국 기업과 정부 기관의 접근이 제한될 만큼, 미국 내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었던 딥시크 R1은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딥시크(DeepSeek) R1 모델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국가급 첨단기술기업(HTNE)’ 지위를 인정받아, 개발사가 세제 혜택과 정부 지원을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10)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추진과 시사점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각국이 내놓은 모델들은 자국 언어에 특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쟁 우위와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전략적 성격을 지닌다. 한국이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가 직접 GPU·데이터·인재 영역에 맞춰 세밀하게 뒷받침하며 민간이 자체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 격차를 좁히는 수준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는 민간 보유 GPU를 임차해 활용하고, 이후에는 정부가 확보한 약 1만 장 규모의 자원을 투입한다. 초기에는 팀별 500~1,000장 수준으로 시작해 2026년 하반기에는 1,000장 이상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데이터 역시 필요한 저작물을 공동 구매해 제공하고, 각 팀 맞춤형 구축·가공에도 예산을 배정한다. 해외 석학이나 재외 한인 연구자를 영입할 경우에는 인건비·연구비·체재비를 대응 지원해 인재 확보 경쟁을 강화할 방침이다.

8월 초 선정된 독자 인공지능 기초모형(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은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5개 컨소시엄으로 구성됐으며, 총 50여 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단순히 한국어 특화 모델을 추가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실험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공유 가능한 공용 기반을 제공해, 국내 기업들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서비스·응용 단계에서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다섯 개 팀이 이미 독립적으로 모델을 제작할 역량을 갖추었고, 산출물을 공개해 상업적으로도 활용하겠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기존 언어 모델을 넘어서 멀티모달·옴니 모델로 확장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제시한 점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에는 다수의 국내 기업이 참여를 희망했는데, 이는 현재 한국 AI 시장의 활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AI 경쟁이 단순한 성능 지표를 넘어 생태계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은 개방형 인프라 전략을 통해 다양한 응용 실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가치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균형 있게 맞물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픈소스는 정부에겐 공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기업들에겐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며 국내외 생태계 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발판이 된다. 이런 상호 보완적 구조는 협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한국 AI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참고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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